이산화탄소 증가, 바다도 몸살 앓는다
약 45억년 전에 탄생한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해오면서 대기는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온실 기체의 장파복사흡수 효과를 무시한다면 지구 표면의 온도는 영하 18도 정도로 계산되지만, 실제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난 35억년 동안 평균 15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지금까지 지구상에 번성해온 생물의 삶은 자연적 온실효과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렇게 지구 표면이 비교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데는 해양 또한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빙하기에는 180ppm, 간빙기 때는 280ppm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기 온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농도 배가에 대응하는 기후민감도를 계산할 수 있는데 최근의 연구에서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지구 평균 온도는 7.8도로 나타났다. 이 온도를 이용해 기후민감도를 추정하면 평균 3.4도로 계산된다. 1850년 이후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50% 정도 증가했다. 이 농도를 기후민감도에 적용하면 지구의 온도는 1850년 이후 약 1.7도 상승됐어야 하지만 실제 관측값은 약 0.9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다양한 온도상승 저감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인데 해양학자들은 전 지구적 스케일로 진행되는 해수의 밀도순환이 지구표면의 온도 상승을 지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탄소 질량수지는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50%만이 대기에 남아있고 나머지 50% 중 20%는 육상 생태계에, 30%는 해양에 흡수됨을 보여준다. 즉 바다는 대기의 열흡수뿐 아니라 대표적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의 흡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산업혁명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한 1800년대부터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왔다. 증기기관과 철도의 개발이 석탄의 연소를 확대했고 내연기관 개발과 차량의 증가는 석유 연소량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간빙기 평균 280ppm 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00년대 초에 300ppm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413ppm에 이르게 됐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대기 온도 상승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해양 환경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해양 산성화, 북극 증폭과 해빙 용융, 독성중금속의 해양 유입, 해수면 상승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해양은 물리적, 생물적 과정을 통해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해양에선 흡수가 늘어나는데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간 해수의 pH(산성도)는 평균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소이온이 26% 늘어난 것에 해당하는 수치다. 바닷물에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식물플랑크톤에 의해 유기탄소로 바뀐 후 분해과정을 거쳐 대기로 재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되지 못한 용존무기탄소는 유공충에 의해 방해석으로 바뀐 뒤 해저로 가라앚아 탄소의 퇴적층 저장을 유도한다.
해수의 수소이온 농도가 증가하면 탄산염 농도는 감소하고 반대로 중탄산염 농도는 증가하게된다. 이는 칼슘과 탄산염을 이용해 생물기원 탄산칼슘인 방해석을 형성하는 과정을 방해해 탄소의 퇴적층 저장을 제한하고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로 1㎝ 이하의 작은 생물인 익족류의 변형 현상이 꼽힌다. 2100년쯤 바닷물을 실험실에서 제조한 뒤 익족류를 배양한 결과 약 45일 뒤 방해석 셸이 서서히 녹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해수 pH가 0.4 까지 감소되고 이에 따라 표층 해수의 탄산염 농도는 60%정도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해수의 pH 감소는 다양한 형태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되먹임 현상을 유도하는데 결과적으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온실효과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에서 더욱 심각하다. 최근 160년간 측정된 대기와 해양의 연평균 온도를 살펴보면 지구 평균 약 0.8도 상승했지만 북극에서는 약 2.4도 올랐다. 이렇게 북극에서 증폭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극 대기 온도의 상승이 높은 고도보다는 저층에서 일어나다보니 해빙의 감소가 북극 증폭에 기여한다. 북극해를 관측한 결과를 보면 1970년대 이후 해빙의 면적과 두께는 크게 줄었는데 이런 현상이 다시 해빙 감소를 야기한다. 북극해의 해빙은 9월에 가장 줄었다가 2월에 다시 가장 넓은 면적을 갖추는데 해가 갈수록 1년빙(1년간 얼어붙었다 녹는 얼음)이 빠르게 녹아서 점점 더 넓은 바닷물이 대기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듬해 다년빙의 형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년빙(여러해 얼어 있는 해빙)은 가까운 미래에 북극해에서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빙 체적의 감소는 해빙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메틸 수은 같은 독성물질의 해수 유입을 증가시켜 이차적 해양오염을 발생시킨다. 해빙의 내부에는 얼음 결정뿐 아니라 빙맥, 염수통로가 존재한다. 이 통로를 통해 영양염이 해빙의 저층으로 이동하고 식물 플랑크톤과 박테리아의 저층 증식을 가져오며, 이 과정은 다시 박테리아가 합성하는 메틸수은의 농도 상승을 야기한다. 이렇게 합성된 메틸수은은 해빙의 용융이나 염수의 유출을 통해 해수로 방출되는데 그 방출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실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1년빙에서 합성된 메틸수은은 1984년에서 2020년 사이에 약 두 배 정도 배출이 늘었다. 특히 2007년 이후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틸수은은 해양 어패류의 섭취를 통해 인체에 노출되는 유기중금속으로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 독성을 일으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이산화탄소의 대기 배출 증가가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인류의 건강과 보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해수면 상승은 주로 해수의 열팽창과 내륙빙하가 녹으면서 부피가 늘어난 결과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역적으로 다르지만 1800년대 중반 이후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동시에 급격히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1900년 이후로 2018년까지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는 20㎝ 정도 상승했다. 2006~2018년 연평균 상승 속도는 3.7㎜ 로 나타났다. 해수면의 상승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재의 속도로 지속될 경우 2100년에 2m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의 온도 상승을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고 해양 산성화, 북극의 온도 증폭과 빙권 붕괴, 독성물질의 해양유입, 해수면 상승 등의 다양한 생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에 대한 생물권 영향 예측과 대비를 위해서 지구를 구성하는 각 요소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유엔기후변화 협약에 가입한 195개국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에서 2100년 사이에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 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머무르는 시간이 100년 이상임을 고려한다면 협정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신속한 배출량 감축뿐 아니라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탄소 감축과 제거를 위해 개발된 직접공기포집, 탄소 업사이클링, 폐기물 처리,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적 혁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런 기술은 총량적 경제성장을 반드시 동반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탄소중립이 더욱 높은 에너지의 소비를 가져오는 총량적 성장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공적 자원의 분배, 그리고 과학기술적 혁신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안적 사고와 과학기술의 활용을 통해 인간과 지구 구성원들의 생태적 복지가 회복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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