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서 나온 것을 다시 석유로.. ㈜도시유전
[편집자주] 태우거나 매립할 수 밖에 없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인간과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탄소배출원이다. 이들 탄소기반 저급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환원하여 석유까지 추출해내는 기업이 있다. 머니투데이는 '넷제로'(Net Zero)의 선두기업 ㈜도시유전의 기술과 사업분야, 비전을 심층취재해 소개한다.
(주)도시유전의 친환경 쓰레기처리기계 내부 모습, 세라믹볼을 활용한다/사진제공=(주)도시유전온실가스 감축은 생산방식과 소비방식, 일자리 변화 등 우리 모두의 삶을 좌우한다. 그래서 정부는 산업계 피해를 앞세우고, 국민은 2050년의 공기의 질보다 당장의 소득감소와 실업을 걱정한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기후위기는 거대한 투자의 기회이자 도약의 기회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그것에 도전하고 극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기업이 있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려면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태평양에는 지구의 여덟번째 대륙이라 불리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가 있다.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에도 거대한 쓰레기 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바다에 떠다니는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육지로 수거해 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탈탄소'나 '클린테크'만으론 오염된 지구환경이 정화되지 않는다. 배출된 탄소 기반 폐기물을 묻거나 태워서 오염을 항구적으로 고착시키고 가속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바다와 육지의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이들은 화석원료로 만들어졌다. 이들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또는 유류로 환원시키는 유화환원(油化還元) 기술이 여러 나라에서 연구돼 일부는 산업현장에 적용됐으나 환경오염물질 배출과 고비용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최초로 열분해(열만 사용해 비등 분리하는) 기술이 아닌 파장분해(열과 제3의 파동을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분해 처리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10년 전, 선박용연료절감장치를 개발해 성가를 높인 바 있는 ㈜도시유전이다.
제5회 한국해양수산산업대상에서 '해양산업대상(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한 도시유전 정영훈 대표(오른쪽)/사진=머니투데이
㈜도시유전은 <파동에너지를 이용한 폐플라스틱 분해처리기술>을 개발한 공훈으로 머니투데이가 주관하는 2021년 제5회 한국해양수산산업대상에서 '해양산업대상(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계기로 알려진 ㈜도시유전의 혁신기술에 대해 환경관련 정부기관과 공기업, 지자체,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다.
머니투데이는 ㈜도시유전의 신기술이 타국에서 개발해내지 못한 원천기술인 점과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머니투데이는 ㈜도시유전의 정영훈 대표, 함동현 사업총괄본부장, 박경민 고문과의 합동인터뷰를 통해 "기름에서 나온 것을 다시 기름으로" 되돌리는 프로세스와 기술의 가치, 그리고 ㈜도시유전의 비전을 2회에 나누어 소개한다.
인터뷰는 5월 17일,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의 대표이자 머니투데이 뉴미디어본부의 윤병훈 전무가 진행하고, 이로운넷의 김규태 편집장, 머니투데이 신재은 에디터가 배석했다. 인터뷰는 사전 질문과 답변을 기준으로 자유로운 대담형태로 진행됐으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했다.
파동에너지로 분자의 결합구조를 깨트려 분자의 특정 운동을 유도하는 방식은 전자레인지의 원리와 비슷하다. 파동에너지를 이용한 폐플라스틱 분해기술을 이해하려면 (****)파동과 복사, 전자기파, 파동에너지, 공진 주파수, 세라믹 등의 개념이 이해돼야 한다.
분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운동은 종류가 다른 에너지의 방출과 흡수이다. 일반적으로 한 분자가 흡수하는 주파수는 그 분자가 활성화됐을 때 방출하는 전자파의 주파수와 같다. 이 흡수와 방출의 상호성을 키르히호프(kirchhof) 원리라고 한다. 주파수대의 경계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파동이나 입자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을 복사라고 하는데, 이렇게 방출되는 에너지가 복사에너지이다. 전자기파, 중력파 등과 같이 파동으로 전달되는 에너지와 알파, 베타 등과 같은 입자형태의 에너지가 모두 복사에너지이다. 복사에너지는 전자기파의 에너지 혹은 전자기파 그 자체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복사에너지가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의 이온화 에너지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사에너지에 의해 분자의 핵들을 풀어주는 전자가 쉽게 이온화되어 분자의 결합을 끊게 만들어 다른 분자로 변형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학 결합이 깨지는 화학적 현상은 힘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동 에너지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물처럼 우리 눈에 무색으로 보이는 물질도 우리에게 안보이는 다양한 주파수의 진동을 계속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흡수된 에너지에 의해 분자 내에서 특정 운동이 시작된다. 전자레인지도 마이크로파와 물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물 분자는 양전하를 띠고 있는 수소와 음전하의 산소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 분자는 1초에 200만 번 회전 또는 진동한다. 마이크로파의 진동수는 물 분자의 고유 진동수에 가깝다. 물 분자에 마이크로파를 쪼이면 수소와 산소원자는 마이크로파의 전기장이 양과 음으로 진동할 때 물 분자가 양과 음의 방향을 바꾸며 매우 빠르게 회전하게 된다.
마이크로파는 유리나 종이, 플라스틱 같은 물질은 그냥 통과하지만, 물이나 당분, 지방과 같은 분자와는 상호작용하여 분자의 결합고리를 분리시켜 분자의 회전을 가속하거나 방해하여 분자끼리 충돌을 유도해 열을 발생시켜 내용물을 가열시킨다.
두 에너지가 공명해 진동에너지를 교환하기 시작할 때 석영이나 조개 껍질 또는 돌 같은 결정성 물질이 진동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한다.
전자레인지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석유로 만들어진 플라스틱류 석유화학물질의 탄소결합 분자의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파장에너지를 주사하면 플라스틱 분자 간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석유화학제품이 다시 석유로 환원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해 왔으나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했고, 도시유전이 세라믹봉을 전기가열해 찿아낸 고유의 파장만이 유일하게 환유(還油)에 성공했다.
도시유전의 '세라믹봉에서 방출되는 파장에너지(원적외선)를 이용한 폐플라스틱 환유환원기술'의 아이디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열분해 환유업체의 문의에서 비롯됐다. 국내 한 열분해 회사가 생산한 기름이 왁스화되는 현상을 세라믹 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도시유전에 의뢰해 온 것이다.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의 부친인 정흥제씨는 세라믹 기술의 최초 개발자이다. 기술의 모태는 선박용연료절감장치인데,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중질유(벙커C유)를 세라믹봉에서 방사되는 파장에너지에 노출시키면 순간적으로 경질유로 바뀌는 원리다. 현재 부산의 선박들이 실제로 이 연료절감기를 장착해 연료비를 절감하고 바다환경 보호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도시유전은 왁스화된 기름을 세라믹봉으로 액상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동일한 테스트를 플라스틱에도 시도했고 마침내 플라스틱의 환유에 성공했다.
Q. 파장분해 방식에 유해성은 없는가
도시유전은 열분해 방식이 아닌 친환경 파장분해 방식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로서 전체 공정 처리 온도가 300℃를 넘지 않는다. 즉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온도점인 300℃를 넘기지 않아 원천적으로 환경유해물질의 발생을 차단하면서도 파장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깔끔하게 분해처리한다.
Q. 분리하는 전처리 과정없이 함께 투입되는 종이나 일반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주)도시유전의 기계를 통해 처리된 쓰레기(종이컵)/사진제공=도시유전위 사진은 분해처리기에 폐쓰레기와 함께 투입된 종이컵의 처리 후의 모습이다. 탄소성분인 종이는 유화되고 잔재만 남는다. 탄소성분이 아닌 잉크만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래 그 모습대로 남아있다. 고온으로 태워서는 결코 생길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의 분해처리온도는 25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유전은 지난 4월 한국중부발전, 한국환경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쓰레기 대란 해결을 위한 '폐자원 재생유 고도화 및 활용'을 위한 비대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4자 협약에 따라 한국중부발전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자원 재생유의 발전산업 활용성 검토 및 직접구매, 판로확대를 지원하고 한국환경공단은 폐자원 재생유 관련 연구 및 고도화를 지원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연구시설 운영 및 공동연구를 통해 폐기물 자원화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도시유전은 폐자원 친환경 처리 기술이 적용된 장비와 생산된 재생유의 원활한 시장공급을 위한 고품질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중부발전측은 도시유전이 보유한 "세라믹 파장을 이용한 친환경적 폐플라스틱 분해처리"기술로 추출된 기름이 산업용뿐만 아니라, 선박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시유전에서 폐플라스틱 처리를 통해 생산하는 기름은 기존의 열분해 업체에서는 추출해낼 수 없는 고품질의 기름이라는 것이다.
도시유전에서 생산한 기름을 한국중부발전,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INFINEUM(인피니엄)에서 직접 수령해가서 자체 품질 테스트를 한 결과는 놀라웠다. INFINEUM에서는 도시유전의 1차 중질유는 해상선박용 기름으로 쓰기에 적합하고 2차 최종 정제유는 Kerosene(등유) 수준이라는 시험결과보고서를 공유했고, 한국중부발전에서는 자체 보일러 기동용 연료유 사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검토를 거친 후, 지난 17일 4자간의 업무협약 체결에 이르게 됐다.
지난해 2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Melville Laboratory는 캠브리지 대학으로부터 £100,000(1억6천만원)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케임브리지 대학 내에 도시유전과의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다. 도시유전은 네이처(Nature)지 같은 국제적인 과학 저널에 캠브리지 대학 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도시유전은 스위스 주그지역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기술을 통한 환경사업을 하고 있는 iQ International AG사로부터의 지분투자 및 공동 파트너십 구축을 마련해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유전은 최종 처리 이후 남는 잔재물마저도 고품질의 고형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친환경 화학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OCI사는 도시유전에서 추출된 고형연료를 분석 중이다.
중국은 도시유전의 기술에 매우 적극적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통용기계공정유한공사와 도시유전은 중국 내 폐비닐,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협력약정을 3월에 체결한 바 있다.
*파장분해기술의 장점, 국내외 유사 환경기술과의 비교, 도시유전의 기술의 의의, 회사의 비전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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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시유전, 유니콘 뿔을 찾아내다
[편집자주] 버려진 플라스틱을 태우지 않고, 묻지 않고, 자원화 하는 것이 진정한 환경기술이다. ㈜도시유전은 다른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고, 폐플라스틱을 에너지화하는, 지구환경문제에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올 환원(還元)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3-1. 너무 명백하고 거대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이 겉으로는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친환경 위장이나 가짜 그린이 '그린워싱'이다. 기업들의 'ESG경영'은 '위기를 기회로'의 다른 말이다. 수익창출과 연관되지 않은 친환경경영 전략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남양유업의 경우처럼 여론의 따가운 눈이 한 기업을 향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은 이중전략을 구사한다. '선한 기업' 이미지를 위해 돈을 쓰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쟁에 앞서기 위해 '나만 아니면 괜찮아'식의 경영을 한다.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는, 그래서 환경오염 기여도 1,2위를 다투는 콜라회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콜라병과 휴대폰 케이스를 달랑 몇 백 개 만들어 놓고선 마치 온 대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 처리하는 양 홍보한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지어 발표하는 'ESG'도입 친환경 경영 전략을 뜯어보면 실행 계획이 의심스러운 이미지 제고용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착한 기업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도 기업과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겠다는 레토릭 뒤에는 '어떻게든 성장부터 하고 나서'라는 전제를 감추고 있다. '녹색'을 붙이고 나오는 정책의 대부분이 눈앞의 문제들을 발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태우거나 옮겨 묻는 것들이다. 재활용이 되지 않고 소각과 매립되는 플라스틱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 우리 몸으로 되돌아온다.
CNN에 보도되어 글로벌 망신살이 뻗친 의성의 쓰레기 산이 전국에 수 백 개 널려 있다. 너무 명백하고 거대한 것은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주위가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여 있으니 오히려 무감각해질 수 있다. 우리(정부와 기업과 개인)의 폐기물 처리·관리수준의 현주소다.
3-2. 새들에게 '지정한 곳에서만 똥을 싸라'고?
녹색경제는 자원이 순환할 뿐 아니라 순환되는 자원의 양이 줄고 순환 속도도 늦춰져야하는데 국가의 생태학적 문제와 인류학적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사고하는 정치세력은 이제껏 없었다.
세계에서 일인당 두 번째로 많은 플라스틱쓰레기를 배출하면서도 많은 나라로부터 같은 쓰레기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전처리하지 않은 플라스틱쓰레기'의 수출을 금지하려는(호주가 입법할 것이라 한다) 플라스틱쓰레기 수출국들의 착한 마음(善意)에 우리의 환경을 맡겨야 한다.
우리의 환경문제는 오랜 기간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간주되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였기 에 고질적으로 악성화 되고 광역화되어 왔다. 따라서 다른 나라보다도 더욱 엄격하고 치밀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정부는 새들에게 '지정한 곳에서만 똥을 싸라'고 명령하는 수준의 법을 만들어 폐기물 문제를 통제하려고 했다.
우리의 환경기술과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폐기물 관리시스템과 폐기물처리 기술력에는 큰 격차가 있는데, 그들의 법령을 베껴서 흉내 내는 정도로는 우리의 현실과 맞지도 않을뿐더러, 국가간 환경전쟁에서 버텨나갈 수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산업혁명급의 혁신(기술)이 필요하다.
3-3. OECD 폐기물 처리 7원칙
대다수가 재활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소각'되는 물질/사진제공=도시유전
일반적으로 폐기물을 공동으로 관리.처리함에는 OECD 등이 제시한 7가지의 원칙이 있다. 예방의 원칙, 가치창조의 원칙, 최고기술 사용의 원칙, 발생지 처리의 원칙, 환경관리의 통합원칙, 투명성의 원칙,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 등이다.
폐기물 관리정책의 핵심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서 자원채취와 자연으로 되돌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여 자연환경과 사람의 건강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폐기물관리정책의 변화과정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폐기물 관리 초기에는 단순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 개념에서 시작하여 '재활용(recycle)' 문제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했으며, 최근에는 '폐기물 최소화(Waste Minimization)' 개념이 폐기물관리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폐기물 최소화란 폐기물발생억제(Prevention), 감량(Reduction), 재이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 회수 (Energy Recovery)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매립이나 소각을 통해 최종 처리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이다.
3-4. '전처리 시설 의무화', 국민의 힘 김성원 원내대표 발의
정부가 폐기물 관리 체계를 처음 정립한 때는 1986년 폐기물관리법을 제정하고서이다. 이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1992년 제정하면서 자원절약을 위한 폐기물 재활용 체계를 구축했고,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 제정을 통해 지구환경을 고려한 순환경제체제를 구성하고자 했다.
자원순환기본법의 골자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활용과 열회수(소각) 후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의 '직매립 제로' 입법예고로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폐기물 매립지 부족은 목전에 닥친 시급한 사안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부지 자체를 찾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소각 후 남은 재만 매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 소각과 관련된 시설은 어느 지역 주민이든 꺼리는 분위기다.
폐기물을 소각하면 무게와 부피가 15-2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지난 2월 환경부는 폐기물을 소각한 후 남은 재만 매립해야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생활폐기물의 중간처리 단계에서 '발생지 책임처리원칙'하에 수도권은 2026년부터, 지방은 2030년부터 시행되며 각 지방정부는 이 기간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폐기물 직매립 금지'정책과는 별도로 폐기물 전처리시설을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하도록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올 해 4월 국민의 힘 원내수석 김성원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됐다.
전처리시설 건설과 운용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페기물을 고온으로 소각하면 오염물질 뿐만 아니라 중금속이 포함된 재가 남게 돼 그 처리에 다시 비용이 소요된다. 폐기물에서 자원을 최대한 뽑아내고 안정화된 잔재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전처리시설과 소각시설을 최소한으로 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3-5. 전처리 산업의 규모가 더 크다
R.G.O는 폐기물을 태우지 않고도 부피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사진제공=도시유전
우리가 아무리 신중하게 재활용 플라스틱류 폐기물을 분리수거해 배출하더라도 이들의 80퍼센트 이상이 재활용할 수 없는 성분이 혼합되어 있거나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 있는 등의 이유로 선별과정에서 매립이나 소각용으로 재분류 된다. 전처리 시설은 폐기물을 매립 또는 소각처리하기 앞서 분쇄, 선별 등의 기계적 처리과정 또는 호기성 분해 등의 생물학적 처리 과정을 통해 재활용 가능 자원을 최대한으로 회수하기 위한 시설이다.
소각하기 전에 전처리로 폐기물을 분쇄하는 한 가지 이유는 작은 조각이나 가루일 때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대개 화학반응은 물질의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표면적이 클수록 반응이 격렬해진다. 일본에서는 폐기물 처리 산업보다 전처리 산업의 규모가 더 크다.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이 2021년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재활용 가능 자원을 효율적으로 회수하여 이를 감량· 재활용하고 시설의 설치·운영 기준을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전처리시설의 설치·운영이 확대되도록 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부의 '직매립 제로' 입법예고와 김의원의 '전처리시설 의무설치' 입법발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고자 하는 의도이다.
3-6. 숲이 다 타기 전에 소방차를 불러야 한다
환경과 인류 중 한 쪽만 살린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특이점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생산과 소비방식과 그 결과물인 폐기물의 처리 방식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잘못된 폐기물 처리방식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이것만 바로 잡아도 지구에 새로운 생태계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이다. 값비싼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고, 소각하고 매립하여 페기물의 잔재를 지구의 대기와 토양에 장기 보존하는 것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대한 위협을 누적시키는 것이다.
페기물 중 플라스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플라스틱이 등장한 지 113년, 플라스틱이 없는 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우리가 사용하지 않기에는 너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자연을 위협하는 다른 오염물질 또한 많지만 플라스틱은 절대적인 양 때문에 더 많은, 더 큰 위협을 초래한다. 우리 손을 떠난 플라스틱 폐기물은 80%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먹이사슬을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태우거나 묻는 것은 그것들을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일 뿐 문제를 더욱 광범위하고 영구적으로 확산 시키는 것일 뿐이다. 마치 자기 다리에 오줌을 싸고는 비가 내리는 거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방향이 잘못됐다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 처리 정책방향이 잘못됐다면 집행 속도가 빠를수록 바른 방향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숲이 다 타버린 후에 화재를 진압한답시고 부르는 소방수 명단에 이름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3-7. 병값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와인을 살 수 없다
육지와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방어수단이 없다. 인간의 손을 떠난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먼지가 되어 먹이사슬을 따라 다시 인간의 몸속에 쌓인다. 인간은 대부분의 먼지를 걸러낼 수 있도록 진화해왔지만 우리의 폐는 그보다 작은 마이크로 먼지에는 취약하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류가 갚아야 하는 실제 부채다. 기업이나 가계가 상환할 수 없는 (금융)부채는 악성채무로 간주하여 장부에서 지울 수 있다. 숫자일 뿐, 실제 물질로 보존되는 양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물질과 에너지의 실제 세계에서는 부채를 결코 임의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에너지와 물질로 갚지 못하면 모든 생태계의 생명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실재 에너지 부채의 상환은 전 지구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선진국이든, 저개발국가이든 누구도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일본이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줄여도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지 않으면 일본의 해안은 물에 잠기는 것이다.
실재 에너지 부채가 상환되지 않은 채 누적된다는 것은 우리가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지구가 인간이 변하는 때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며, 남아 있는 자원을 태우는 것을 일찍 멈출수록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될 것이다.
* <(주)도시유전, 유니콘 뿔을 찾아내다> 2-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