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경유차 미세먼지 주범론'의 실체적 진실은
이완 입력 2019.03.20 10:28 수정 2019.03.20 10:29 댓글 180개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주범(主犯)은 사전적으로 자기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을 의미한다. 어떤 일에 대해 나쁜 결과를 만든 주된 원인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표현이 최근 유력 언론 몇 곳을 통해 다시 등장했다. 지독한 대기오염 상황을 겪고 난 뒤에 나온 뉴스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말한 미세먼지의 주범,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기오염을 나쁘게 만든 주된 원인은 경유차다.
디젤 연료는 연소 과정에서 나쁜 물질들이 더 나온다. 과거 디젤차는 시꺼먼 그을음을 내뱉었다. 이 그을음을 입자상 물질이라고 하는데 바로 미세먼지(PM)다. 또 질소산화물(NOx)도 디젤차가 내뿜는 나쁜 물질이다. 인간의 호흡기 계통에 악영향을 주는 기체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이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가 된다. 흔히 말하는 ‘2차 생성 먼지’다.
그런데 그을음은 2009년부터 디젤 미립자 필터(DPF)가 의무 장착되며 90% 이상 걸러졌다.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시커먼 매연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질소산화물은 달랐다.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규제를 통해 잡아나가려 했지만 실제 도로에서 질소산화물은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한참 넘겼다. 그럴 즈음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우리나라에서 디젤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파장은 컸다. 가솔린보다 유독 많은 배출량을 보이는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당시 정부는 디젤차 질소산화물을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지목했다. 2차 생성 먼지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디젤 질소산화물을 바라보는 독일과 한국의 시각차
우리처럼 디젤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있다. 독일이다. 디젤 게이트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다.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디젤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소송이 이어졌고, 결국 독일 도시 곳곳에서 오래된 디젤차의 도심 진입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졌고, 디젤차는 더욱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이 배출가스를 문제를 바라보는 두 나라에는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을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독일은 미세먼지(Feinstaub)의 주요 발생원인을 더 폭넓게 보고 있다. 독일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발생은 1차와 2차로 나뉜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여기까지는 우리 환경부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도시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우리 환경부가 디젤차를 지목한 것과 달리 독일 환경부는 다른 부분을 함께 언급했다.
In Ballungsgebieten ist vor allem der Straßenverkehr eine bedeutende Feinstaubquelle. Dabei gelangt Feinstaub nicht nur aus Motoren - vorrangig aus Dieselmotoren - in die Luft, sondern auch durch Bremsen- und Reifenabrieb sowie durch die Aufwirbelung des Staubes auf der Straßenoberfläche.
‘대도시에서는 도로 교통이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이다. 미세먼지는 디젤 엔진과 같은 엔진에서 나올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분진, 타이어 마모, 그리고 도로면 부유먼지로부터 발생한다.’
독일 환경부 홈페이지에 있는 미세먼지 관련 설명의 한 부분으로, 여기서 말하는 디젤 엔진은 필터 장착이 안 된, 그을음을 직접 내뿜는 구형 디젤차를 포함한다. 독일은 1800만 대 이상의 디젤차가 다니고 있으며, 오래된 구형 디젤의 비중이 상당하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브레이크 분진, 타이어 마모, 그리고 부유 먼지로 독일의 검사 기관 데크라가 슈투트가르트 네카토어에서 측정한 결과도 이런 독일 환경부 설명을 뒷받침한다.
데크라의 조사에 따르면 네카토어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중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의 연소 가스 비중은 6%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브레이크 분진, 타이어 마모, 그리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 발생하는 부유 먼지 등이 더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데크라의 조사 결과는 바뎀-뷔르템베르크 주가 운영하는 환경 연구소의 또 다른 실험 결과와도 같다.
물론 반론할 수 있다. 6%는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의 비중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우리 환경부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보여 미세먼지(2차 생성)로 바뀌고, 특히 수도권에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2차 생성 먼지가 독일 조사 결과에 반영이 안 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독일 환경부 홈페이지에도 질소산화물이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가 된다고 설명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언급도 없고, 이를 입증할 구체적 자료도 없다. 독일 언론 SWR는 미세먼지 관련 특집 기사에서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많은 학자가 2차 생성 먼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여러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확증하기 어려우니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디젤 게이트 이후 많은 독일 자료를 찾아봤지만 디젤차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주범, 혹은 미세먼지 발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독일 경제지 비어샤프츠보헤에 ‘지금 디젤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마인츠 대학 병원의 심장 전문의와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대기 과학자로 일하는 두 명의 학자가 ‘유럽인 심장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관련해 인터뷰를 한 기사였다. 두 사람은 조사 결과 디젤의 질소산화물이 문제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구분해서 다룬 것이다. 노후 디젤차 금지 조치를 냉소적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디젤차에 매우 비판적인 독일 환경부 자료를 포함, 확인한 많은 기사와 분석 자료를 종합해 보면 독일 분위기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이 2차 생성 먼지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브레이크 분진, 타이어 마모, 그리고 부유 먼지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있다.
◆ 진단이 잘못되면 환자는?
정부는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를 설립해 관련 통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계획 속에는 배기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닌, 브레이크 분진, 타이어 마모, 그리고 부유 먼지에 대한 자료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르게 이해하자면 독일에서는 이미 도시 미세먼지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진 3가지 요인에 대해 우린 아직 정확한 통계 자료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의사는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바른 처방을 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가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잘못된 진단을 내린다면 병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의 미세먼지 진단은 정확한가?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발 대기오염이라는 매우 민감하고 큰 문제가 버티고 있다. 국내 문제와 거대한 국외 요인이 뒤섞여 있는,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외부 요인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독일도 사하라 사막이나 우크라이나 산불에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올라간다고 한다. 독일도 이런 외부 요인에 대기 농도가 크게 달라지는데 우리는 오죽할까?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다. 체계적으로 전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분석해 그 내용을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설 수 있고, 그래야 국민의 동의와 협조 속에 대응에 힘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주범론은 그때 꺼내도 늦지 않다.
◆ 추가 : 잘못 사용되고 있는 초미세먼지 표현
우리나라는 PM2.5, 그러니까 2.5 마이크로미터(μm) 이하 크기의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PM10과 PM2.5를 미세먼지, PM0.1 이하를 초미세먼지(ultra particulate matter)라 구분해 부르고 있다.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할 거 같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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